Ethessa in "The Shelter of Secrets"

오르비스의 서한




    친애하는 요아힘 대주교님,
오늘은 먼길을 떠나기에 앞서 대주교님의 오랜 친구로서 인사드리고자 이렇게 별도의 서한을 보냅니다.

    친구여, 고맙네.
룰란으로부터 전해 들었네. 자네가 법황 폐하께 이번 임무의 적임자로서 날 추천해 줬다는 것을.
이로써 내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네. 바라건데 성심을 다해 기필코 이번 임무를 완수해 보이고 말겠네.
그것이야말로 자네가 내게 배풀어 준 호의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그 사건 이후의 내 삶은 절망 그 자체였네.
부하들을 모두 사지로 몰아 넣은 대가로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이 늘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지.
지금에야 말하지만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시도들도 여러 번 있었다네.
물론 그때마다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말일세.
그 이유는 딴 게 아니었네, 바로 눈을 감을 때마다 밀려오는 단 한 가지 의문 때문이었지.
그 자, 아니 그 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까지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 죄악으로 점철된 삶의 끈을 놓기 어려웠다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도 난 몹시 두렵다네.
그 때 느꼈던 끝 모를 공포, 온 몸이 돌처럼 굳어 버려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그런데 그 흔적을 향해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는 내 발걸음은 옛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기만 하다네.
실로 이상하지 않은가?

    자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 난 필로니아 대상단의 무리 속에 섞여 카르데키아 산맥을 넘고 있을 것이네.
머지않아 그 사건의 중심이 되었던 튠에 당도하게 될테지.
일단 거기서부터 이번 여정의 첫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하네.
부디 내게 창조주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기도해 주지 않겠나?

    못다한 얘기들이 많지만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네.
다음 행선지에 당도하면 다시 한 번 서신을 띄우도록 하지.
그때까지 부디 몸 건강히 잘 지내도록 하게.
창조주의 가호가 영원히 자네와 함께하기를 멀리서나마 기도하겠네.

    법황 폐하의 충직한 종복이자 요아힘 대주교님의 오랜 벗 오르비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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