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이 세계는 오랫동안 대립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다. 빛의 신들과 어둠의 신들 간의 대립, 흑마력과 백마력 간의 대립 등, 이러한 대립의 역사는 세계를 간간히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곤 했다. 이 이야기도 유사이래 계속되었던 대립의 역사 가운데 한 장면을 서술하고 있다.

    흔히 신들이 혼돈의 땅이라 부르는 대륙 사마리아, 그 곳 사람들은 500년 전에 이 땅에서 성스러운 사투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사마리아의 빛의 신으로 알려진 전신(戰神) 위오가 어둠의 신들 가운데 가장 사악한, 그래서 자신의 일족으로부터도 버림받았던, 마신(魔神)의 육체를 죽여 사마리아 지하 깊숙한 곳에 가두어 버린 그 싸움... 그들은 이 성전을 자랑스러워 했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처절하고 피비린내 가득찬 사투가 바로 지금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졌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두려움에 떨곤 했다. 과거가 어떠했는지 지금도 자세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마리아가 언제나 흑마력과 백마력의 세(勢)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란 바로 그 사실이었다. 한 신관은 그 이유로 사마리아가 지하의 암흑 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흑마력의 진원지라는 일설을 인용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말도 함께 덧붙였다. 그 때문에 빛의 여신이 전신 위오를 이 땅에 보냈노라고...

    사마리아에는 엄청난 힘을 지닌 두 가지의 비물이 존재한다. 사악한 흑마력이 담겨있는 어둠의 구슬과 정의로운 백마력이 결집되어 있는 뷰엘... 이 비물을 손에 넣은 자는 그것에 담겨 있는 힘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비물은 유사이래 항상 누군가에 의해 위협을 받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던 중 500년 전, 이 두 비물이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훗날 혹자는 뷰엘을 어떤 탑 안에서 본 적이 있다고 전했지만 나머지 하나, 어둠의 구슬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처절했던 사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뜻하지 않은 화룡(火龍)의 탄생은 천상을 경악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사마리아의 지하 어딘가에서 화룡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전신 위오는 빛의 여신의 명을 받들어 화룡 퇴치에 나섰다. 치열한 전투 끝에 화룡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위오는 자신의 전 백마력을 소진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마리아는 500년 전의 성전이래 다시금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사마리아에는 3명의 신이 존재한다. 빛, 즉 정의를 수호하는 전신 위오, 이를 견제하는 욕망의 신 오세리스,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세(勢)의 균형을 조절하는 율법의 신 판들라가 바로 그 장본인들로 이들은 사마리아를 관장하는 사명을 빛의 여신으로부터 공동으로 부여 받았다. 그러나 전신 위오가 자신의 백마력을 모두 상실한 지금, 세(勢)의 중심은 욕망의 신 오세리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자신의 야망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안 오세리스는 위오와 판들라에게 노골적으로 그 의중을 드러냈다. 인간을 이용해 그들 스스로 사마리아를 파괴시키게 하겠노라고... 오세리스의 야망을 알게된 위오와 판들라는 그것을 막기 위해 고심했지만 쉽게 대안을 세우지 못했다. 위오가 다시 백마력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결국 이들은 그 해결책으로 인간을 선택했다. 인간의 힘으로 인간 스스로 불러올 불행을 막아 보자는 것이었다. 과연 이들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을까? 또 그렇다면 과연 누가 선택받을 것인가? 대리자의 사명을 짊어질 용사는...

    사마리아 북부에 위치한 평화로운 왕국 오우란, 이 왕국의 왕성으로부터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닐쿠퍼라는 자치도시가 나온다. 왕국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도시는 아직 사회적 혼란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이곳에는 욕망의 신 오세리스를 신봉하는 이른바 사교(邪敎)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교세가 확대되고 있었다. 이 사교의 사원과 신전을 호위하는 전사들과 마법사들, 그들은 신관들과 자신들의 수장에게 온몸으로 충성을 다 바치는 자들이었다. 카이엘이라고 불리우는 젊은 청년, 그가 바로 그들의 수장으로 오세리스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을 소유하고 있는 사교 내의 실력자였다. 어느날 밤, 오세리스의 신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그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신상으로부터 오세리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었다. 신상을 통한 계시에서 오세리스는 자신의 야망을 수행할 대리자로 카이엘이 선택되었음을 밝히고 자신의 대리자로서의 사명을 완수하라고 명한다. 자신의 우상으로부터 선택받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명 완수를 맹세하고, 그 맹세를 지켜보던 오세리스는 자신의 검을 대리자의 증표로 하사한다. 그리고는 첫번째 임무를 내리는데... 어둠의 구슬을 찾아오라! 500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던 암흑의 비물을 찾아오라니... 당황해하는 그를 뒤로한 채 신의 계시는 끝이 나고, 그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듯이 서 있는다. 그 순간, 저편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음흉한 노인의 웃음소리...

    고르네오 산맥 일대를 주름잡는 도적단 '고르네오의 불꽃'의 본거지인 고르네오 부락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도적단의 두목인 로이는 하나뿐인 여동생 엘리네의 병 때문에 무척이나 고심하고 있다. 비록 친동생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있어서의 엘리네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그가 겪었던 기나긴 방황의 나날들, 그 어두웠던 빈 자리를 따듯하게 채워주었기에... 그런 그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준 사람은 때마침 부락 일대를 지나가던 한 집시 무리의 박식한 노인 요사, 그는 오우란 홀룬 왕성의 지하도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어둠의 구슬로 엘리네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알려 준다. 그러나 왕성의 지하도는 그 입구가 이미 500년 전에 봉인되어 그 누구도 들어갈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던 터였다. 이렇게 걱정하는 로이에게 요사는 최근 왕성이 어수선해서 수일 내에 그 입구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엘리네의 병만 고칠 수 있다면... 엘리네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그는 피토를 비롯한 몇몇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곧바로 오우란 홀룬 왕성으로 잠입한다. 과연 요사의 말대로 이틀 후에 봉인되어 있던 왕성 지하도의 입구가 열리고... 그 틈에 로이는 소리 없이 홀로 지하도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사마리아 최고의 용병기사, 고용비가 좀 비싸긴 하지만 한 번 맡은 일은 실수없이 깨끗하게 처리해내는 완벽한 해결사, 마리우스는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사마리아 각지를 여행하다 잠깐 쉬어 가기로 하고 오우란 홀룬 왕성의 한 여관에 묵었는데... 소문이 삽시간만에 퍼져 급기야는 국왕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마리우스가 바로 이곳에 와 있다! 그러던 어느날, 왕성에서 사람이 찾아온다. 국왕의 명으로 당신을 왕성으로 모셔 가겠습니다. 의아해하며 왕성에 도착한 그에게 국왕은 자신과 계약을 맺자고 제의해 온다. 그리고는 왕실에 전해오는 보검 한 자루를 계약의 선금으로 내어놓는데... 임무는 왕성 지하도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어둠의 구슬을 파괴시키는 것. 국왕은 한 마법사를 소개시켜주며 그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라 명한다.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마리우스는 여마법사 따위의 도움은 받지 않겠노라고 호언한다. 같이 있으면 방해가 된다나... 결국 국왕의 면전에서 말싸움을 벌인 끝에 둘은 먼저 어둠의 구슬을 파괴하는 쪽이 승리한다는 일종의 내기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런 그들에게 국왕은 내일 자정에 지하도로 향하라는 명을 내리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다음날 자정이 되자 약속한 대로 둘은 서로 등을 돌린 채 각기 다른 방향의 지하도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닐쿠퍼 시의 백마법 학교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당대 최고의 백마법사 실, 아리엘은 바로 그 실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동료들과 함께 수련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어느날, 그녀는 연구실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이, 이럴수가...! 죽어가는 아버지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딸에게 실은 품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주며 냉정한 어조로 국왕을 알현하여 이 편지를 전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버지의 시신을 뒤로 하고 왕성으로 향하는 아리엘, 왕성의 병사들이 길을 막아서자 마법으로 모두 쓰러뜨리고 대담하게 국왕의 방안으로 들어간다. 국왕에게 사죄와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편지를 전하자 국왕은 울면서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안정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준다. 잠시 후 국왕은 그녀를 불러 편지의 내용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제부터 그녀가 해야할 일의 전모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마리우스를 소개시켜 주는데... 마리우스의 무례한 발언에 부아가 치민 그녀는 그만 국왕의 면전에서 언성을 높이고, 결국 그들의 말싸움은 내기로 귀결된다. 국왕이 하사한 봉인의 열쇠를 받아 쥔 그들은 다음날 자정이 되자 왕성의 지하도를 향해 운명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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